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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증언 제보자 죽음의 공포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85회

이지넷 2017. 2. 8. 00:29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85회 <부제 : 단독 증언! 제보자 '죽음의 공포'>


'최순실 게이트' 판도라를 연 내부 제보자들의 결정적 증언! 그러나 죽음의 공포까지 느끼는 제보자들의 극심한 고통과 광고회사를 빼앗기 위해 집요한 협박을 이어가는 '배후'의 실체를 추적했다. 


http://tv.jtbc.joins.com/replay/pr10010365/pm10030344/ep10032102/view




‘스포트라이트’ 노승일 징계한 정동춘, K재단 120억 빼돌렸나 ‘충격’(종합)

[뉴스엔] 입력 2017.01.23 08:57



단독증언 제보자 죽음의 공포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85회단독증언 제보자 죽음의 공포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85회



국정농단의 판도라, 그 상자를 연 사람들이 있다. 


1월 22일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국정농단을 폭로하는 제보자들의 용감한 전쟁과 그들을 위협하는 세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음습한 곳에 숨겨져 있던 최순실 일가의 비밀이 드러난건 내부자들의 제보에서 시작됐다. 진실을 밝힌 그들은 존중 받아야 하지만 제보자들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심지어 죽음의 그림자까지 봤다고 한다. 


국정농단 사태의 첫 문을 연 인물들은 고영태 더블루케이 이사와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이었다. 


청문회에서 노승일 부장과 최순실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박명선 의원은 "처음 접했을 때 걱정됐다. 이것이 밝혀지면 누가 제보했다는 것이 그대로 알려지는 상황이라 '이거 괜찮겠냐' 몇번을 물었는데 오히려 노승일 부장이 괜찮다고 했다"고 밝혔다. 


노승일 부장은 그러나 실제로 미행을 당했다. 그는 "식사도 못하고 잠도 잘 못한다. 꿈에서는 검찰 지하주차장에서 칼을 들고 누가 쫓아왔다"고 털어놨다. 


독일에 있는 최순실 페이퍼 컴퍼니에서 승마사업을 주도했던 노승일 부장은 "2014년 2월 최순실을 처음 봤다. 고영태한테 물어봤던' 최목사 딸'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계약 성사와 동시에 최순실에게 쫓겨난 노승일은 임금 체불에 대해 항의했지만 최순실로부터 "나한테 그러면 안된다. 무서운 사람이다. 그러다 죽는다"는 말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버티며 국정농단의 자료를 모았다. 


노승일 부장은 "하이델베르크 가서 저녁을 먹고 프랑크푸르트로 데려다 주는데 대통령을 언급하더라. 아주 오래된 친한 언니 동생이라고 했다. 더 물어보지 않았다. 더 물어보면 차단하고 의심한다"고 말했다. 


국정농단 보도가 나오자 최순실은 독일에서 노승일에게 전화를 걸어 고영태를 해외로 보내라며 "얘 한국에 있다가는 죽는다"는 말을 했다. 해당 녹취록은 청문회에서 공개된 바 있다. 


노승일이 고심 끝에 공개한 문서에는 바로 전날 정동구 K스포츠재단 전 이사장이 검찰에서 조사 받은 내용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문건의 출처는 청와대였다. 노승일은 "최순실은 두려움을 갖게 하는 캐릭터는 아닌데 청와대나 국정원,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는 박근혜라는 우산이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검찰에 협조하려던 노승일은 고민을 했다고. 그는 "조사 받기 전 이런 문건을 받았는데 어느 누가 와서 올바른 증언을 하겠냐고 했더니 검사님도 깜짝 놀라더라. 검사님도 '옷 벗을 각오로 자신있게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검사님 앞에서 고영태에게 전화했다"고 밝혔다. 


결심이 선 노승일 부장과 고영태 전 이사는 청문회에서 사실을 공개했다. 노승일은 "청문회에서 국민들에게 이야기 하면서 두려움을 조금씩 내려놓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반면 고영태는 청문회 이후 자취를 감췄고 잠적설과 해외 도피설들 온갖 추측이 나왔다. 한 언론사에 포착된 고영태는 "목숨을 내놓고 있고 최대한 어디 있는지 모르게 숨어야 한다. 언제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노승일은 "나는 대학교 때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좀 강단있고 강한 반면에 영태는 좀 약하다. 근래 통화했을 때는 '최순실과의 재판에서는 당당히 나가서 증언하겠다'고 이야기는 했다"고 설명했다. 


헌재 변론에서 최순실은 국정농단 주도세력은 오히려 노승일 고영태라고 말했다. 노승일은 "우리가 어떻게 청와대를 알고 청와대를 움직이고 재산을 만들 때 어떻게 전경련한테 만들어달라고 했겠냐. 말이 안된다. 최순실, 박근혜가 아니었으면 될 부분도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최순실 뒤의 권력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40년을 이어온 최태민 일가와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를 폭로한 사람은 최태민의 친아들 최재석이다. 최재석은 "특검에 29일인가 30일 갔는데 다녀오자마자 미행다녔다. 문만 열면 벌써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경이 선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버지 타살설과 재산설만 이야기 했다. 나머지는 이야기 안했다. 그거 하지 말라는 뜻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재석은 "내가 심장마비로 죽어도 누가 들어왔었는지 다 알게 해놨다. 난 예전에 당한 적이 있다"며 만약을 대비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전화가 끊긴다거나 치익 소리가 난다. 그래서 전화를 네번 바꿨다"며 "고영태 노승일이랑 같이 만나야 하지 않겠냐. 우리가 관심 밖에 벗어나면 그때 우리가 가는거다"고 걱정했다. 


이들이 느끼는 공포의 발신자는 권력이다. 우리 사회는 내부 제보자를 배반자로 낙인찍는 경우가 많다. 노승일 부장 역시 은폐된 진실을 폭로했지만 지금도 주홍글씨와 맞서고 있다. 요즘 K스포츠재단에는 매일 아침 경찰이 출동한다. 재산의 속사정은 예상보다 은밀하며 납득이 가지 않았다. 


수백억원을 강제 모금해 만든 K스포츠재단의 책임자는 당당하다. 회의실에서는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 


K스포츠재단 직원들은 "1월 12일까지가 정동춘 이사장님의 임기였다. 이사회를 열었고 연임이 결정되지 않아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지만 정동춘은 "그만 둘 이유가 없다. 그 친구들이 불법 이사회를 만들어 날 어떻게 한다는건데.."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사들이 공개한 회의록 참석 명단에는 분명 정동춘 이사장이 있었고 안건에도 이사장 및 이사 해임이 있었다. 


노승일은 청문회에서 "최순실과 재단의 분리를 위해 나가주셨으면 좋겠다. 정동춘 이사장님이 1억원 이하의 전결권을 가지고 있다. 10번이면 10억이고 100번이면 100억이다. 재산의 자산이 무한정 빠져나갈 수 있는 구조다"고 밝혔다. 


정동춘은 "2010년부터 알고 2016년도까지 이어져 왔지만 고객과 원장의 사이였지 특별한건 없다"고 주장했다. 버티기에 들어간 정동춘은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업무가 중단된 재단에 임기 마지막 날 직권으로 2명의 본부장을 임명했다. 그는 "형식이나 절차가 조금 부족하지만 본부장급 두분을 모셔서 내가 이 재단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정동춘이 신규 계좌를 만들어 회사 돈을 자신만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통장에는 120억이 들어있다고 한다. 관계자는 "매주 문체부에 보고하면서 비용 통제가 되고 있던 상황인데 이제 통제가 불가능하다"며 정동춘이 120억원을 들고 날라도 막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은 영남대 분규, 육영재단 사태와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사태 속에서도 문체부는 "재정 공문을 보내서 예산이나 재정을 함부로 쓰지 말라고 했다"면서도 공문을 보내는 것 이상은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동춘은 노승일에 대한 징계도 요구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세상에 드러나게 한 노승일의 제보와 증언이 문제라는 것이다. 노승일은 "재단에서 징계 받는건 괜찮다. 국민들한테 징계만 안 받으면 된다.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K스포츠 이사는 "사실을 밝힌 자를 해고한다는 것은 이치상 맞지 않아서 반대했다"고 말했지만 정동춘은 노승일의 해고를 강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정동춘은 노승일 징계 보도가 나간 다음날 직원들을 모아두고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복은 절대 아니다. 징계를 위한 징계를 하고자 하는 것 아니다. 이걸 허락없이 무단 유출했으면 그 사람도 징계할 계획이다"고 압박했다. 


용기를 냈지만 죽음의 공포를 느껴야 했던 내부 제보자들을 보호해줄 제도와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 중 가장 치사한 사건 중 하나로 불리는 광고사 강탈 미수사건의 경우 녹취 파일이 없었다면 광고 회사 대표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는 피해망상자로 몰렸을 수 있다. 


광고사 강탈 미수사건의 피의자는 비선실세 최순실, 차은택, 송성각 전 콘텐츠진흥원장, 안종범 전 경제수석이다. 피해자는 광고사 대표 한상규씨다. 그는 청문회에서 "포레카를 인수하고 지분 80% 내놓으라고 협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상규 대표 측은 제작진에게 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만약을 대비해 녹음해뒀다는 협박의 기록이다. 녹취록 속 강탈 시도자는 "안되게 하는 방법은 108개가 넘는다. 막말로 묻어버리라는 말까지 나왔다. 우리가 말씀드리는 어르신은 다 포함된 복수의 하나의 그룹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한대표의 지인은 "당사자로서는 아주 심각했다. 죽이지는 않더라도 어마어마하게 공포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강탈 시도자들은 "배경에 대해 충분히 말씀 드렸다. 지분에 대해 (어르신)90%, (한대표) 10%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만남이 거듭될수록 어르신의 지분이 늘어갔다고 한다. 민간회사를 통째로 달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요구다. 이 '어르신'은 누구일까. 


당시 협상에 나섰던 강탈 시도자 한 사람은 "당시 내가 사업이 너무 어려웠다. 소개로 차은택을 알게 됐다. 차은택이 모스코스라는 광고 회사를 설립하는데 같이 한번 만들어보자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 난 차은택에게 지시를 받았다. 내가 봤을 때는 정상적이지 않고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내가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협상자는 "최순실이 나를 보자고 해서 갔다. 힘 좀 있다고 대강은 들었다. 그렇게까지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 못하고 나갔다. 지금도 무섭다"고 말했다. 


협상 막바지 콘텐츠진흥원장으로 있던 송성각이 나타났다. 그는 "현재 광고주 있지? 거기다 세무조사 다 때릴 수 있다. 회사도 회사지만 형님 자체가 위험해 진다"고 협박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안종범 전 수석이 있었다고 한다. 목격자는 "중동 순방 중 나에게 전화가 왔다"고 말했고 또 다른 강탈시도자는 대통령까지 언급했다. 이들의 작업은 집요했다. 


이규연은 "분노와 공포는 이란성 쌍둥이 같다. 두 감정 모두 부정적 대상과 직면했을 때 일어난다. 그 대상이 압도한다고 느낄 때 공포를, 그렇지 않을 때 분노를 느낀다. 내가 만난 내부 제보자들은 처음에는 엄청난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그만큼의 엄청난 용기를 내 그 공포를 분노로 바꾸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엄청난 용기를 내지 않고도 공포를 분노로 바꿀 수 있을까. 우리에게 주어진 묵직한 숙제다"고 말했다. (사진=JTBC 캡처)


[뉴스엔 이민지 기자]

http://news.joins.com/article/21162445